2017년 개봉한 강윤성 감독의 '범죄도시'는 2000년대 초 가리봉동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조선족 범죄조직 사건을 바탕으로 한 하드보일드 액션 영화입니다. 69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흥행을 거둔 이 작품은 마동석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통해 한국 액션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과도한 리얼리즘보다는 대중적 재미를 추구하여, 무거운 소재를 유쾌하고 통쾌한 액션으로 승화시킨 완성도 높은 작품입니다.

영화는 2004년 가리봉동을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이 지역은 조선족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기존 조선족 조직과 신흥 조직 사이의 세력 다툼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가리봉서 강력팀 마석도는 지역의 평화를 위해 조선족 사회와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유지해왔지만, 하얼빈에서 온 장첸의 조직이 나타나면서 모든 균형이 깨지게 됩니다.
마동석만의 독특한 캐릭터와 액션 스타일
'범죄도시'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바로 마동석이 연기한 마석도라는 캐릭터입니다. 기존 한국 액션 영화의 주인공들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캐릭터로, 육중한 체격과 투박한 외모를 가졌지만 의외로 섬세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줍니다. 마석도는 폭력을 사용하지만 그것이 정의를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하며, 절대 약자를 괴롭히지 않는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동석의 액션 스타일도 매우 독특합니다. 화려한 격투 기술이나 스피디한 움직임 대신, 압도적인 힘과 존재감으로 상대방을 제압합니다. 그의 액션은 과장되지 않고 현실적이면서도 강력한 임팩트를 주어, 관객들에게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특히 손목을 꺾는 장면은 영화의 상징적인 액션으로 남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마석도의 인간적인 면모도 캐릭터의 매력을 더합니다. 후배 형사들을 챙기고, 시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때로는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다면적 캐릭터 덕분에 마석도는 단순한 액션 히어로가 아닌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집니다.

윤계상의 소름끼치는 악역 연기
윤계상이 연기한 장첸은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악역 중 하나입니다. 냉정하고 잔혹한 성격의 조선족 조직 보스로,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캐릭터입니다. 윤계상은 장첸의 광기와 냉혹함을 완벽하게 표현해내며, 관객들로 하여금 진짜 두려움을 느끼게 만듭니다.
특히 윤계상의 연기에서 돋보이는 것은 평온한 표정 뒤에 숨겨진 광기입니다. 겉으로는 차분해 보이지만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어, 그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긴장감이 극도로 높아집니다. 조선족이라는 캐릭터 설정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면서도 과장되지 않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장첨의 조직원들 역시 각각 개성있는 캐릭터들로 그려져 있습니다. 진선규가 연기한 조직원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위험한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영화에 긴장감과 유머를 동시에 제공합니다. 이들의 잔혹한 행동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마석도의 정의로운 응징을 더욱 간절히 바라게 만듭니다.

가리봉동이라는 공간의 사실적 묘사
'범죄도시'는 가리봉동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냅니다. 2000년대 초 가리봉동은 중국 조선족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던 지역으로, 독특한 문화와 사회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영화는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잘 살려 현실감 있는 배경을 만들어냅니다.
조선족 사회 내부의 복잡한 관계와 갈등 구조도 세밀하게 묘사됩니다. 기존에 자리 잡고 있던 조직과 새로 들어온 조직 사이의 대립, 그리고 일반 조선족 주민들이 겪는 어려움까지 다층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이 단순한 선악 구조를 넘어선 복합적인 이야기를 가능하게 만듭니다.
한국 경찰과 조선족 사회의 관계도 흥미롭게 그려집니다. 마석도로 대표되는 한국 경찰은 조선족 사회를 적대시하지 않고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합니다. 이는 현실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접근 방식으로, 단순한 대립 구조에서 벗어난 성숙한 시각을 보여줍니다.
실화 기반의 무게감과 대중적 재미의 조화
'범죄도시'가 성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무게감과 대중적 재미를 적절히 조화시켰다는 점입니다. 실제 사건을 다루면서도 지나치게 무겁거나 잔혹하지 않게 각색하여, 일반 관객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액션 시퀀스들도 현실적이면서 통쾌합니다. 과도하게 화려하거나 비현실적인 액션보다는 힘과 힘이 부딪치는 직접적인 액션을 통해 더 강한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특히 마석도와 장첸의 마지막 대결은 액션 영화의 클라이맥스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박진감 넘칩니다.
영화는 또한 조선족에 대한 편견이나 혐오를 조장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악역은 분명히 있지만, 그것이 특정 민족 전체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합니다. 일반 조선족 주민들의 선량한 모습도 함께 보여주어 편견을 해소하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범죄도시 관람 포인트 마동석의 독특하고 강력한 캐릭터와 그만의 액션 스타일이 영화의 최대 매력입니다. 윤계상의 소름끼치는 악역 연기는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며, 두 배우의 대립 구조가 영화 전체를 이끌어갑니다. 가리봉동이라는 특수한 공간의 사실적 묘사와 조선족 사회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도 돋보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무게감과 대중적 재미가 절묘하게 조화된 완성도 높은 액션 영화로,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원하는 관객들에게 강력히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